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로서의 자질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협박하고, 화내고, 혼내기가 부지기수였다. 아이를 혼내고, 화를 내고 난 다음에는 우는 아이 앞에서 나도 울고 싶을 정도로 미안하고 애달팠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막막해질 때 주변의 선배 엄마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친정 엄마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사람마다 각각 다른 답을 듣곤 했다. 각자의 개인적 경험의 차이가 많고 과연 검증된 것인지에 대한 의심도 들었다. 그래서 그나마 객관적이고 확실하다고 볼 수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들어있는 각종 육아서를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기 엄마들의 바이블 ‘삐뽀 삐뽀 119’를, 점차 아이가 자람에 따라 소위 젊은 엄마들의 인기 육아서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뿐, 아이와 감정에서 엇나갈 때가 많았다. 아이가 엄마와 사랑을 나누고 옆에 있고 싶어 할 때는 내가 바쁘거나 함께 해주기 어렵고, 내가 아이와 감정의 나누고 싶을 때는 아이가 거부하기도 했다.
나와 아이사이에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게 오락가락한 시간들이 얼마나 흘렀을까? 우연히 감정코치에 대한 책을 접하고서는 무릎을 쳤다. 아! 이거구나.
나는 아이의 감정을 전혀 읽어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항상 아이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고쳐주기에 바빴지 우리 아이가 무엇 때문에 우는지, 떼를 쓰는지, 싫다고 하는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감정코치를 읽은 후 떼를 쓰면서 우는 아이에게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며 이야기를 시도했던 적이 있다. 놀랍게도 아이는 얼마간 떼를 쓰다가 곧 잠잠해졌다. 그리고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하고 있었다. 엄마로서 놀라운 경험이었다.
다시 책을 들여다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러한 방법은 단지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속상한 일이 있을 때 가까운 친구나 부모에게 털어놓고 나면 감정이 가라앉고 속이 후련해지는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그럴 때, 들어주는 사람은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말들을 많이 해주지 않았던가? 바로 그것이 초기 단계 경청하며 공감해주기인 것이다. 그 다음에 해결이 가능한 여러 가지 조언을 들음으로써 생각을 정리하게 되고, 감정이 정리된 상태가 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은 사람은 내면에 힘이 생긴다. 분노를 조절할 수 있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또한 자신을 긍정하게 되면서 자신감도 생긴다. 단, 성인의 경우 타인에게 너무 방어적인 사람에게는 이러한 감정읽기가 안될 수도 있다. 열린 마음이 되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에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는 열린 마음으로 관계 맺기를 했다면 좋았을 지나간 인연들이 가끔 떠오른다. 20대에는 그저 앞으로, 앞으로 가기만을 소망했었다. 앞으로 가기만 하면 무언가 이루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보니 함께 가야할 사람들이 있었고 혼자 가서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겠다. 나이가 들수록 한 사람 한 사람과의 관계가 소중하고 아쉽다.
* 글 : 윤수정(경기복지시민연대 활동가)_ 경기복지시민연대 뉴스레터 1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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