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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영찬이에게!

여성/교육/문화 | 2009/10/07 14:20 | Posted by 미디어수원
안녕! 영찬!

이렇게 불러보는 것도 오랜만이구나! 엄마 뱃속에서 나온 3.5kg의 까만 아기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살이라니...튼튼하게 자라주어 고맙구나.

아빠는 오늘 영찬이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요.

“영찬아 행복하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재미있게 사니?”

평소에는 않하던 말이라 좀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아빠는 요즘 이 질문을 가슴속에 품고 산다.

“나는 행복한가?”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의 어린시절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애국조회’라고 해서 뙤약볕아래 서있기 일쑤이고 교장선생님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했단다. 그런데 아빠가 20살이 넘을 때까지 학교와 선생님이 끝끝내 말해 주지 않은 진실이 있단다. 박정희가 친일파중의 친일파로 만주에서 우리의 독립군을 잡아들이던 일본군 장교였고, 419혁명으로 시작된 민주주의를 탱크와 총을 앞세운 쿠데타로 엎어버린 것, 박정희가 죽을때까지 대통령을 하기 위해 10월 유신이라는 것을 만들어 사람들이 서로 감시하게 하고 말한마디에 감옥에 가야하는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을... 그 어떤 선생님도 얘기해주지 않았단다. 진정으로 용기있는 선생님이 없었던 거지.

또한 학교에서는 손바닥을 맞는 것은 기본이고, 머리, 가슴, 엉덩이, 종아리를 대걸레자루로 맞기도 했고 심지어 머리를 땅에 박는 ‘원산폭격’도 당했단다. 고등학교때는 교련이라 하여 군사훈련도 받았단다.

영찬이는 이런 아빠의 어린시절을 상상할 수 있겠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지만 지금의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애.
영찬아! 우리 집옆에 있는 고등학교 형, 누나들은 아침 일찍 핏기없는 얼굴로 허겁지겁 학교에 가고 아빠보다 더 늦게 집에 온단다. 오로지 공부하여 대학에 가기 위해서라는 구나. 그런데 형, 누나들이 스스로 한다면 왜 매년 청소년이 자살이 수없이 생기지? 형, 누나 대부분이 ‘우리는 불행해요. 놀고 싶어요.’라고 말하지. 영찬이는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라고 말해야지 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지. 우리 형, 누나들에게 말할 권리를 주기는커녕, 군대와 같이 머리도 짧게, 교복도 규정에 맞게, 핸드폰도 안된다고 하는 세상이란다.

영찬이도 조금 지나면 이런 학교에 가야할 지도 몰라.

아빠는 이런 미래가 두렵다. 학교로 학원으로 다니는 영찬이를 자주 보지 못할까봐, 가끔보는 영찬이의 얼굴에는 웃음이란 찿아볼 수 없고, 매일 매일 ‘힘들다, 힘들다’라는 말만 하고, 친구를 이기기위해 노트도 안빌려주게 될까봐 두렵단다. 영찬이의 꿈과 희망이 짓밟힐까봐 두렵단다. 

이런 아빠에게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단다.

‘독재 시절보다는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요즘 학교는 예전같이 교장이 마음대로 하지 않고 선생님,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가 중요한 것을 결정하니 훨씬 민주적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빠가 아는 민주주의의 첫 번째 조건은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로 알고 있단다.

대한민국 학교운영위에 학생이 참여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구나. 교육의 주체는 학생, 교사, 학부모라고 하면서 왜 결정하는 자리에는 끼워주지 않지. 아니 학교에는 항상 학생이 제일 많은데 당연히 학교운영위원회는 학생이 제일 많은 것이 당연하지 않나.

이렇게 말하면 누구는 말하지. ‘아직 어리니까, 판단능력이 부족하니까. 경험이 부족하니까’라고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 이땅의 수많은 MB들은 나이가 많아서, 경험이 많아서 국민 대부분이 반대하는 미국산 쇠고기도 수입하고 4대강에 굴삭기를 들이대니...

아빠는 믿는단다. 학교가 이랬으면 좋겠어요. 시험이 이랬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이랬으면 좋겠어요. 등등 학교와 교육에 대해 가장 바램이 많은 사람은 교사도 학부모도 아닌 당사자들 바로 영찬이와 같은 학생, 어린이, 청소년 이라고. 전국의 수백만 어린이, 청소년에게 권리를 주지않으며 선생님 말씀, 대통령 말씀을 따르라는 것은 가짜 민주주의라고.

사랑하는 영찬아!
내일 모래면 가족, 친척들이 모여서 송편과 동그랑땡을 먹는 추석이란다. 그런데 너희들은 즐겁지 않은 표정이구나.

어디에서는 여름방학에 놀지도 못하고 이날을 위해 학교에 나와서 공부하게 했단다. 너희들의 자유는 이날을 위해 없어졌던 거야.

이날은 전국의 모든 학생에게 같은 시험을 보게 해서 등수를 매기고 학생의 성적이 작게 나온 선생님과 학교에 않좋은 일이 생긴데. 그래서 성적이 좋게 나오게 하기 위해 어떤 학생에게는 그날 학교에 나오지 않았으면 하고 말없는 압력이 있다는 구나. 성적이 높든 낮든 모든 사람에게는 학교에 갈 권리가 있는 데 말이야.
그런데 아빠의 어린시절과 다르게 학생들에게 진실을 말해주는 선생님들이 계셔. 아빠는 이런 선생님과 같이 숨을 쉰다는 것이 행복하단다. 영찬이는 아빠와 다르게 바로 그 시간에 진실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런데 이땅의 MB들은 그런 선생님들을 학교에서 내쫒는데, 학생들을 만날 수 없게 한데.

사랑하는 영찬아!
영찬이도 담임선생님 중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지. 만약 그 선생님이 다시는 학교에 나올 수 없다면 어떻겠니.

아빠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고 그런 선생님들이 학생과 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영찬아!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옳으면 옳다’라고 마음놓고 말할 수 있는 세상,
어린이, 청소년도 공부하고 싶은 권리, 공부안할 권리, 머리와 옷을 마음대로 할 권리, 학교운영에 참여할 권리, 교장 선생님과 학교운영위원을 뽑을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만들고 싶구나.

이땅의 수많은 영찬이들과 함께!

지금 아빠는 아빠로서가 아니라 영찬이와 같은 사람으로서 말하는 거야. 같이 만들어 볼까!!!


2009년 9월 30일
추석을 몇일 앞두고 사랑하는 아빠로부터

■ 글 : 영찬아빠
■ 이 편지는 지난 9월 30일 79차 수원촛불에서 낭독해주신 편지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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