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0월 15일) 수원촛불시민 4명에 대한 재판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30여차례의 수원촛불을 주최(?)한 혐의로 4명의 시민이 경찰조사를 받고 총 8백만원의 벌금으로 약식기소가 됐습니다.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청구를 했고, 어제 첫 재판이 진행된 것입니다. 이에 재판 대상자 중 한명인 닉네임 봉태규우님께서 자신의 생각을 전해주셨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초부터 수원에서 지속된 수원촛불문화제를 ‘미신고 일몰 후 옥외집회’라며 우리 4명의 시민에게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의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우리의 ‘죄’의 값으로 총 800만 원의 벌금을 내라는 법원의 약식명령까지 받아 우리에게 보냈습니다.
집 우편함에 검찰청에서 보낸 고지서가 꽂혀있고 법원에서 등기 우편물이 왔다는 쪽지가 붙어있는 광경을 보고 저는 제 이웃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습니다. ‘파렴치범일까? 절도범일까?’ 따위의 상상을 했을 수도 있겠지요. 이웃들이 괜한 걱정을 할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엄청난 벌금액수와 이러저러한 ‘심리적 효과’를 바라고 검찰은 늘 그랬듯이 벌금 고지서를 날려 보냈겠죠.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제가 어떤 ‘죄’도 짓지 않았음을 변호하고자 법정에 섰습니다.
지난 달 말에 드디어 헌법재판소의 집시법 10조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왔습니다. 진즉에 나왔어야 할 결정이었지요.
이번 헌재 결정은 집시법 10조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21조를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단, 내년 6월까지는 현행 ‘헌법불합치’ 법률로서 처벌 가능하다는 헌재의 수습책은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암세포가 뇌를 파괴하고 있는데 아홉 달 쯤 지켜보다가 수술하기로 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럼 환자는 죽거나 식물인간이 될 것입니다. 그래선 안됩니다. 바로 수술해서 최대한 신속하게 암세포를 제거해야 살릴 수 있습니다.
당시 현직 판사였던 박재영 판사님이 불이익을 무릅쓰고 용기있게 나서셨기에 그나마 더 늦기 전에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계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권력이 권위주의적으로 퇴보하고 있는 시대에도 이런 판사님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오늘 (10.15)자 중앙일보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현재 야간 옥외집회 규정을 위반해 재판이 계류 중인 914명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한 판사님이 ‘현재로선 유죄를 선고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주제 발표를 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상당수 판사님들은 법 개정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소신있는 판사님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때에만,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 재판 외압 파동을 비롯해 ‘무전유죄 유전무죄’ 판결 등으로 이미 바닥에 떨어진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저희가 촛불을 들었던 행동 그 자체가 정당한 것이었다는 점을 재판장님께서 숙고해주셨으면 합니다.
어제 보도된 국감 관련 뉴스만 보더라도 저희의 정당함은 명명백백합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산 쇠고기가 시판 되었는데, 청와대와 정부청사, 그리고 검찰청과 경찰청의 구내 식당에서 단 1kg의 미국산 쇠고기도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반면, 지휘 체계 아래에 있는 전의경들에게는 단 한 번도 국산이나 호주산 쇠고기를 제공하지 않았고 100% 미국산 쇠고기만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 하의 청와대와 정부 각 기관에서는 엄청난 홍보예산을 쏟아부으며 미국산 쇠고기를 안전하다고 선전해왔습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우려가 ‘괴담’이라고 치부했고, <PD 수첩>이 사실을 날조해 국민들이 촛불을 들게끔 거짓 선동했다면서요. 그런데 그분들이야말로 미국산 쇠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았고 애꿎은 전의경들만 먹였다니 분통이 터집니다.
마치 미국산쇠고기를 주면 먹어야 하는 전의경들처럼, 이명박 정부 하에서 힘없는 사람들은 더 궁핍한 삶을 강요받았고, 더 열악한 고용상태 하에 놓이게 되었으며, 부동산 부양책으로 인한 전세값 폭등으로 살고 있던 집에서조차 내몰리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심지어 무리한 경찰 진압 작전으로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조차 8개월 넘게 해결되지 못해 억울한 유가족들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그러나 강남 땅부자들의 이익과 대기업 재벌 집단들을 이익 추구를 우선적으로 배려해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은 너무나도 정당합니다.
게다가 대통령 사돈 기업의 범죄는 덮어버리고, 내각과 총리실에 가득 찬 탈세범들과 파렴치범들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삼지 않으면서 그 비판을 틀어막으려 작년 촛불항쟁 이후 무차별적인 강경 진압과 ‘묻지마’식 연행과 구속을 부추겨 온 이명박 정부의 행동이 과연 정당한 것입니까?
그리고 치안에는 소홀하면서 국민들의 정당한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데에만 열을 올리는 검찰, 경찰, 국정원, 기무사 등의 권력기구들을 과연 이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 ‘공공의 안녕’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부도덕한 국가권력에 대해서, 저항권을 인정하는 것은 근대 자유주의 법철학의 기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자리에선 4명에 대한 벌금형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재판장님께서 공정한 판결을 내려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끝으로,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저는 믿습니다. 역사가 우리를 무죄로 할 것이라는 것을.
■ 글 : 봉태규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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