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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땅콩한테도 깊은 애환이 있을 법한...^^ 엄마의 일 이야기를 좀 해 볼까 한다. 그리고 머문다는 것과 떠난다는 것. 살면서 찾아올 수 많은 순간과 결심에 관련된 이야기이기도 하단다.

얼마전 20년을 맞은 단체의 토론회에 갔었단다. 거기 회원들은 20년전을 생각하면서 회상에 젖어 눈물을 훔쳤단다. 엄마는 그런 그녀들을 보면서 엄마가 벌써 13년이나 머물고 있는 다산인권센터를 생각해 봤다. 엄마는 눈물이 나오지 않더구나. 나는 혹시라도 이곳을 떠날때...를 생각해 봐도, 엄마 눈가는 맹물이었다.

그런데 며칠전이었다. 오랜만에 술을 아주 많이 먹었던 날. 결국 엄마는 떠난다는, 떠날꺼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가 지금 머물고 있는 이 곳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나보다. 이야기를 듣던 엄마의 친구는 울지말고 얘기해봐라고 말했지. 그때야, 엄마는 살아오면서 가장 아프고 가장 기쁘고 가장 힘들고 가장 벅찼던 모든 순간을 이 곳에서 겪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13년동안, 정말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왔고 그리고 떠났단다. 찾아옴의 설램. 또는 낯설음. 헤어짐의 슬픔. 아쉬움. 혼자 남겨진 듯한 외로움. 그리고 무엇보다 쉼없이 몰아쳤던 수 많은 사건들. 도움을 요청했던 사람들. 도와줘야만 했던 사람들. 그리고 스스로 올랐던 수 많은 건물들. 무섭기도 하고 처절하기도 했던 시간들. 감사하고 뿌듯했던 시간들. 그렇게 13년이었구나 생각하니. 난데 없는 긴 한숨이 나오더구나.

어딘가에 오랫동안 머문다는 것은 그런 수많은 기억들을 몸 속에 함께 담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또 한군데 20년을 맞는 어느 단체의 토론회에 갔었지. 그들에게서도 청춘과 정열은 기억으로 되새겨지고 있었다. 엄마는 그 토론회에 참석해, 예전처럼 돌아가 모질게 스스로들을 채찍질하라 다그쳤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세월을 잘 머물러 주셨다 위로하고 격려하고 감사하다 말해주기도 했다. 우리 모두에게 머뭄은 그런 것이란다. 격려하고 감사하고 그리고 많은 반성과 성찰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

하지만 지금은 조금 후회도 한단다.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좀더 젊었을때 떠 돌아 다녀야 했던 것은 아닐까. 그곳이 어디든 발을 내디디고 넘어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고, 그렇게 말이다. 유목민의 꿈을 엄마는 아직도 꾸고 있는 것이겠지.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떠남을 아직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이겠지...말이야.

앞으로 어떻게될지, 엄마도 잘 모르겠다.

머문다는 것. 떠난다는 것.다만. 그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후회하며 살겠지. 끊임없이.

어느 누구도 내릴 수 없는 답을 가지고 그저 그렇게 시간은 가겠거니..생각한다.

그래서 엄마는 어줍지 않게 땅콩에게 어떤 곳에 머물고, 어떤 곳을 향해 떠나라. 그리고 무엇이 답이더라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단다. 그건 아직도 모르겠고 앞으로도 후회와 기쁨이 번갈아 오리라는 것만을 예상할 뿐이기 때문이다.

모든 선택에는 '잃음이 있으면 얻음이 있고' '얻음이 있으면 잃음이 있을뿐'이라는 걸. 그것만이 분명할 뿐. 모든 것을 얻거나 모든 것을 잃을리는 없다는 것만을, 엄마는 삶의 경험으로 얘기해 줄 수 있을 뿐이다.

자자, 이제 다시 출발하는 한주의 시작이다. 너는 학교를 갔고 이제 엄마는 씻고 엄마의 13년을 찾아 가야지. 그곳에서 또 많은 이들과 격랑하는 세월을 만나야지. 그렇게 씩씩하게 하루를 살도록 하마.

하루를 천년처럼. 천년을 하루처럼. 이별하지 않은것처럼, 상처받지 않은것처럼 사랑하자. 오늘 바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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